어떤 날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하지 않고 문을 나서도 좋겠습니다.

평소에는 시간을 맞추느라 빠르게 지나던 골목이 있습니다. 건물 사이로 나무가 보이고, 햇살이 머무는 벤치가 있고, 늘 문이 닫혀 있다고 생각했던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조금 천천히 걸을 때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들입니다.

걸음의 길이는 달라도 괜찮습니다.

산책을 하려면 한 시간쯤은 비워야 할 것 같지만, 집을 나서 모퉁이를 돌아오는 일도 하나의 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컨디션과 돌아오고 싶은 시간을 먼저 떠올려 봅니다. 남의 기록 대신 나에게 무리가 없는 길이를 고르는 것입니다.

“얼마나 걸었을까”보다
“지금의 나는 어떨까”를 먼저.

하나만 새롭게 보아도 충분합니다.

오늘은 나무의 그늘을, 다음에는 건물의 색을 바라봐도 좋습니다. 모든 풍경에 의미를 붙이거나 멋진 기록을 남길 필요는 없습니다. 익숙한 길에서 내 시선이 잠깐 멈춘 자리를 발견하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건너건너는 회복을 커다란 사건으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맞는 속도를 고르고, 가까운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일. 오늘의 한 걸음이 그런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작은 질문

집 근처에서, 다시 걷고 싶은 길이 있나요?

길의 이름 대신 기억나는 풍경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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